2010년 4월 6일 화요일

[메모] 2009년 8월의 기록

9일 일요일 저녁

 

블로그를 날려먹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이야기는 내가 그 시간들, 그 기억들을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글을 썼지만, 그 기억들은 간직하기 보단 지워버리고 싶은 그런 것들로 여기고 있었던 것일까? 부대에서 괴로워하며 썼던 이글루스 글들은 지워졌을까, 아니면 다른 어떤 파일에 남아있을까? 살짝 궁금하지만 그것을 확인해 보기는 귀찮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러고 싶지 않다.

 

누나는 내 슬픔이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맞는 것 같다. 난 외롭다. 지독히도 외롭다. 이제는 과거를 회상하는 일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서 행복을 찾아야 할 것인가? 군대에서는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공감하지 못하는 문제'를 고민했었고,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무언가'는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내게는 그것마저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은 고통이었고, 슬픔이었다. 행복하려고 발버둥치고 싶은 마음조차 잃어버렸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무엇에서 행복을 찾아야 할까? 이 질문들이 나를 괴롭힌다. 괴롭다. 힘들다.

 


10일 월요일 아침

 

벌써 10일이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군. 무엇이? 2009년 2학기의 시작이.

 

아침에 일어나 잠결에 이 생각을 했다. 난 외로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람을 통해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이겨내고 극복할 것인가. 나의 결론은 후자 쪽으로 기울어졌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남은 1년 만큼은, 내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다. 내 능력을 키우고 싶고, 나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다. 고등학교의 마지막 해애 그랬듯, 한 시기를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높은 레벨로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나는 그러한 시기에 있다. 외로움 타령을 하며 정신적 에너지를 고갈시킬 때가 아니란 이야기다. 나는 나의 능력치를 키우기 위해, 그리고 내 자신의 미래를 위해 몰입해야 할 때이다. 다시 한 번 믿고 노력해보자. 지금 1년을 노력하는 것이 나중에 큰 보상으로 되돌아 온다는 것, 그리고 난 앞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믿어보자. 그리고 노력해보자.

 

열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꿈 아니었던가? 지금처럼 시들어 있는 상태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물을 먹은 채소처럼 싱싱하게 다시 일어서자.

 


11일 화요일 아침

 

동아리 홈페이지를 만들다가 새벽 3시에 잤다. 새벽 3시였는지, 3시 반이었는지 정확치는 않다. 그리고 7시 쯤에 깼다. 그리고는 7시 20분인가 30분까지 밍기적거렸다. 며칠 동안 몸이 좋지 않아 힘들었던 걸 생각하면 오늘 죽도록 피곤해야 하는데, 놀랍게도 그렇지가 않다. 8시가 넘어 여유있게 방을 나와서 종로김밥에서 아침을 먹고, 또 여유있게 한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깨가 무거운 것을 빼고는 멀쩡하다. 어깨가 무거운 건 피곤하고 안 하고의 문제라기 보다는 고정된 자세와 스트레칭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굉장히 멀쩡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쌩쌩해진 이유는 뭘까? 집에 가서 푹 자면서 놀다와서? 식사를 챙겨 먹어서? 아니면 보약을 먹어서? 물론 다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정말 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꿈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다. 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아닌, 살아야 할 이유로서의 꿈과 일이다. 명확치는 않지만 그것을 찾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어제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가면서 생각했다. 예전에는 에쿠스를 볼 때마다 '과연 돈이 많으면 저런 자동차를 나도 타게 될까'라던지, '젊어 보이는 저 친구는 어디서 돈을 벌었을까'하는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상실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는 달랐다. '내가 나중에 돈을 벌면 에쿠스를 타는 대신 소나타를 타고, 그 남은 돈으로 소년소녀가장에게 도움을 주리라, 그리고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힘이 되는 일을 하리라'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는 주말마다 그런 아이들을 만나서 꿈을 심어주느라 내 아이들에게 질투아닌 질투를 받는 장면을 상상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나를 이해하고 존경하게 된다는 그런 시나리오.

 

나 자신의 즐거움이나 많은 돈을 벌겠다는 목표는 나를 자극시키지 못한다. 떼 돈을 벌고 싶기는 한데, 그 이유가 강남의 수십 억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에쿠스를 끄는 것이라면, 그리고 좀 더 수려한 외모의 배우자를 얻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내게 살아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존경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했고, 학자가 되어 세상에 이바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학자의 꿈을 놓아버리고는 어떻게 그런 존경을 받을 수 있는지 몰라 헤메다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는 것으로 존경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네 관점에서는 돈과 존경이 상반되는 모순이 존재했고, 그래서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 가족, 친구, 그리고 주변 사람들한테 존경을 받는 것. 그것이 내가 염원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답인 것 같다. 내가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하는 것은 너무 불행한 일이다. 그것을 포기함과 동시에 살아야 할 이유도 사라지기 때문에.

 


12일 수요일 아침

 

어떻게 하다보니 아침에 일기를 쓰는 버릇이 생겼다. 잠들기 전에, 늦은 밤에 쓰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든다. 밤에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차라리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자는 마인드를 키우고 있는데, 아침에 일을 하기 보다는 밤에 잠을 자는 패턴이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아침에 일기를 쓰는 것은 그 패턴의 결과다. 어제 저녁 8시 쯤에 너무 졸린 나머지 9시 알람을 맞춰놓고 1시간을 자려다가, 알람을 끄고 '저절로' 깰 때까지 자보자는 마음으로 잤다. 그런데 아침 7시 반 알람을 듣고서야 일어나, 그 후에도 8시까지 밍기적 거렸다. 어제 잠을 자지 않았다면 오늘은 정말 죽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개운하게 자면 적어도 한 가지는 좋다. 피로 누적 방지. 몸이 힘들어 마음까지 힘든 하루의 원천적 차단. 무언가를 하지 못한 어제 밤의 시간은 아까우나, 충분히 보상이 된다고 본다. 그렇다고 학교 다니면서 공부도 내팽개치고 잘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쓸떼없이 시간을 날려버릴 거라면 잠이라도 충분히 자는 게 훨씬 좋을 듯하다. 앞으로는 운동도 열심히 해야지. 건강해지자.

 


13일 목요일 점심

 

아침에 생각했다. 몸이 정상으로 되돌아 온 것 같다고.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만을 자고도 거뜬히 일어났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하는 대신 40분간 눈을 좀 붙였다. 정신없이 자고 일어나니, 상당히 개운해졌다. 잠깐 눈을 좀 붙였을 뿐인데, 지금 순간만큼은 어제 잠이 부족했음을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몸이 매일 이 정도만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몸 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다. 체력은 모든 자원의 바탕임을 명심하자.

 


15일 토요일 저녁

 

이 곳에 있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다. 모든 영역에서 느껴지는 이 빈곤감. 그리고 답답함. 불가항력적으로 이 게임이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이런 나의 모습이 싫다.

 


일정량의 노이즈는 집중력을 높이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 여기서 노이즈의 성격이 중요하다.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관심을 끄고 싶은 노이즈에 대해서 그 반발 작용으로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6일 일요일 아침

 

한전 옆의 스타벅스에 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근처에 있는 Timothy's에 와 보았다. 생각보다 괜찮네. 새로운 시도는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나, 그 성공 여부를 떠나서 경험의 폭을 넓혀 준다. 내 경험의 폭이 좁은 건, 그동안 너무 익숙한 것들만을 추구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새로운 것들을 추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18일 화요일 밤

 

삶이란 정말로 소중한 것이다.

삶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나의 행복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

댓글 없음:

댓글 쓰기